요양원의 하루 일지- 관리자 입장에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가끔씩 나가던 산책도 실내 활동으로 대체한 지 벌써 며칠이 되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일상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요양원에서의 하루의 시작 그리고 일과
하루의 시작
아침 8시가 되면 출근을 하여 어르신들이 계신 방을 야간 당직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rounding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밤새 별 일은 없으셨는지, 잘 주무셨는지, 아침 식사는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8시 20분이 되면 야간 당직 요양보호사와 주간 요양보호사의 인수인계를 하면서 회의를 시작합니다.
날마다 빼지 않고 체크하는 것은 얼마나 드셨는지, 대변은 잘 배설하셨는지, 잘 주무셨는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먹고, 자고, 잘 싸는것이 가장 중요하죠.
밤새 수고하셨던 야간 선생님들이 퇴근을 하시고 나면 간단한 커피타임을 갖은 후 어르신들께 드릴 오전 간식을 직접 준비하여 가져다 드립니다.
처음 이 요양원을 인수하여 왔을때 어르신들의 모습은 힘 없이 뼈에 살 가죽만 붙어 있는 듯하였으나 지금은 아침마다 드리는 고구마와 베지밀, 바나나, 약간의 밥등을 섞어 믹서에 간 죽을 드린 후 어르신들은 몰라보게 살이 올랐고 건강해지셨습니다.
1년이 넘도록 단 한분 빼고 모두가 건강하신 것이 이 간식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요양사들의 분주한 케어와 어르신들의 요구등으로 오전 일과가 끝나면 12시 이전에 점심식사를 하시게 됩니다.
잘 움직이시는 어르신들은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시지만 와상(침대에 누워만 계시는 분)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가 한분 한분 식사를 도와드립니다.
오후 2시가 되면 프로그램을 40분 정도 합니다. 이때 그림이나 노래, 게임하기 등을 하게 되죠.
프로그램이 끝나면 오후 간식은 죽 종류로 드립니다. 깨죽, 소고기죽, 호박죽등...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죽은 흑임자죽이죠. 간식을 드시고 만족해하시면서 각자 생활관으로 들어가셔서 쉬시기도 하시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기도 하십니다.
조금 쉬시다가 요양원 주변 산책을 하기도 하시고, 앞마당에 나가서 햇볕을 쬐기도 하시죠.
텃밭에 나가 농사를 거들게 해 달라고 하시지만 그리고 그것이 좋겠지만 노인들을 일 시킨다고 노인학대했다고 할까 봐 펄쩍 뛰며 일을 못하게 하죠. (사실은 조금씩 농사일을 거들게 되면 어르신들께도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5시가 되면 벌써 저녁 식사시간이네요.
식사 후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의 양치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속옷도 갈아입혀 드리며 편안한 취침을 준비합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거실에 나와서 티브이를 보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생활관에서 티브이를 보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요양원의 일상은 참 평안하고 편안하고 순조로운 것 같죠?
아닙니다. 날마다 살 얼음판이죠...
지금부터는 혼이 빠지는 일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아침 8시에 출근을 하면 어디서 지켜보다 오시는지 박 00 어르신은"원장님!!!~" 하서면문을 활짝 열어젖히십니다. 그것이 저의 하루 시작이죠. 밤새 못 잤다, 아들이 왜 면회를 안 오냐, 어디가 아프니 병원에 가서 수액이라도 맞아야 하겠다는 등등 혼을 쏙 빼놓죠.
또 어떤 어르신은 화장실 안에 있는 쓰레기 통을 뒤져 변이 묻어있는 화장지들을 모아 호주머니 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밭에 일하러 가야 하니 빨리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시기도 하고...
위급한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수시로 병원에 쫓아다녀야 하고 욕창이라도 생기면 완전히 비상체제가 되고, 설사라도 할라치면 얼마나 속이 타는지... 날마다 살 얼음판입니다.
면회
부모님을 맡겨놓고 매주 면회를 오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일 년 내내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는 자녀도 있습니다. 얼마나 부러울까요? 노령연금이 나올 텐데 그 연금은 자녀가 타면서 면회는커녕 일년내내 입소비용도 내지 않는 자녀도 있습니다. 참 천차만별이죠?
자녀들이 면회를 와서 하는 행동 또한 여러 가지입니다.
딸들은 엄마의 손을 만지며 애틋하게 눈물을 흘리는 편이고, 아들은 맹숭맹숭? 며느리는 한걸음 떨어져 제삼자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죠, 누가 딸인지 며느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행동이죠. 아들보다 사위가 더 살갑게 하는 것은 왜죠?
감사하다고 하는 자녀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잠깐 산책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행여 어디 학대한 흔적은 없는가 하고 여기저기 옷을 들추며 살피는 자녀도 있고, 간식을 넉넉히 사 와서 옆에 계신 어르신들과 나누어 드시라고 하는 자녀가 있는가 하면 종이컵에 미니토마토 몇 개와 핫케익 손바닥만 한 것 하나를 가져와 아버지 꼭 드리라고 하는 자녀도 있습니다. 옆사람에게 나누어 드리면서 자랑도 하고 싶을 텐데 말이죠...
하루를 마치며
벌써 어두워졌네요.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어르신들 모두 모두 건강하게 하시고 평안하게 해 주세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또한 늘 사랑으로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섬겨드릴 수 있도록 그 마음에 사랑을 심어주세요. 하고 날마다 기도합니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저 시간이 나면 가끔씩 찾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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