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가장 무섭고 떨리던 하루
잊혀지지 않는 한 분이 계십니다.
참 너그럽고 인자하신 어르신이셨는데...
너무나 허무하게 돌아가셨습니다.
허무하게 돌아가신 어르신
평온한 하루의 시작
생명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멈출 수 있는 건가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00 어르신은 집에 가시겠다고 옷을 입으시고 짐을 출입구 쪽에 내놓으시고 제가 오기를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치매 어르신이기에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시거나, 또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자신의 욕구를 잊어버리시기에 그 어르신과 장기를 두며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장기를 함께 두며 '박원장~ 나랑 연애나 할까?' 하며 농담도 하시고 '예수님 믿고 천국에 가시자'고 하면 '아니여~ 신은 내가 만든 것이여~'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리고 화장실도 스스로 다닐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점심식사를 하시고 한 시간쯤 지나 요양보호사선생님이 뛰어와 00 어르신이 이상하다고 하셨습니다.
허무하게 돌아가신 어르신
생활실에 들어가 보니 앉아 계시는데 갑자기 혹~!!! 하고 하얀 거품을 토하시며 눈을 까 뒤집으십니다.
급하게 119에 전화를 하고 석션을 하기 위해 관을 집어넣는데 전혀 미동도 없으셨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으나 평소 앓고 있는 간질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곧 깨어나니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워 안된다고~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 빨리 오시라고... 했더니 내 말이 너무나 위급하게 느껴졌는지 알았다고,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를 위안을 시킵니다.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 어르신은 벌써 돌아가셨습니다.
어떻게 생명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수가 있을까요?
좀 전까지 나와 농담을 하고 장기를 두었었는데......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내가 잘못한 게 뭐지?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봤습니다.
몇 달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으나 20분 정도 되니 아무렇지도 않게 깨어나셨습니다. 간질성 치매로 약을 드시는 어르신이기에,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일어나는 일상이기에 자녀들은 병원에도 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5분도 안되어서 돌아가시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형사들의 살 떨리는 심문
병원에서 돌아가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들이 찾아와 심문?을 합니다.
변사자에 대해 물어본다며... 덜덜덜 떨렸습니다. 그분이 변사자면 난 살인자라는 말인가?
밤늦게까지 형사들의 질문들에 답을 하고 CC-TV를 돌려보며 혹시 학대나 살해는 아닌지 캐묻는 형사들에게 내 멘틀은 탈탈 털려버렸습니다.
다음날에도 장례식장으로 찾아간 형사들은 자녀들에게 부검을 해야겠다고 야단입니다. 다행히 자녀들의 만류로 부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너무나 무섭고 요양원 운영이란 게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녁때 장례식장에 문상을 갔는데 그 자녀들 앞에서 나는 죄인이었습니다. 내 아버님처럼 보살펴드리고 함께 놀아드리고 섬겨드렸는데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시니 저는 그동안 해 드렸던 섬김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주 보호자되시는 아드님이 '아버님 가시는 길에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해주시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직 한 분 밖에 안 돌아가셨지만 앞으로도 많은 어르신들이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실 텐데 그때마다 이 죄송함과 미안함을 가져야 할까요?
최선을 다 하겠지만 두렵습니다....
다음날 요양원 분위기는 약간의 침통함이 흘렀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의 허망함과 어르신들의 술렁거림 속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00 어르신의 물품들을 정리하고 침대를 소독하여 정리하고 새로운 어르신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다시 새 마음으로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지?
요양원을 인수하면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이 땅에서 생명을 다 하고 돌아가시는 어르신들께 하나님을 알게 하고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얻으시게 하기 위해서였던게 아닌가? 그런데 일 년이 다 되도록 어르신께 하나님을 영접시키지 못했다는 게 많은 회의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사명 즉 어르신들께 예수님을 영접하게 하는 그 일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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